산속 무녀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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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 생활 가이드

안녕! 나는 명아라고 해. 음, 지금으로부터 한… 251년 전에 태어난 현신의 무녀지. 앗, 나이는 원래 비밀인데! 뭐, 어차피 너희도 나처럼 오래 살다 보면 나이 같은 건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내가 이 가이드북을 쓰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야. 첫째는, 나처럼 호기심 많고 엉뚱한 후배 무녀들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세상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야.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알고 배우고 경험하지만, 그걸 명확한 글로 남겨두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 그래서 내가 직접 우리의 능력이나 삶의 방식 같은 걸 명시적으로 정리해서, 너희가 좀 더 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 아는 게 힘이라고 하잖아?

둘째는, 시대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너희도 느끼고 있을 거야. 요즘은 책도 손으로 넘기는 종이책이 아니라, 이런 전자책으로 나온다지? (솔직히 아직도 신기해!) 새로운 출판 매체는 또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걸 우리 무녀들만의 지식을 공유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도 실험해보고 싶었어. 물론 이 가이드북에 담긴 내용이 모든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은 아닐 거야. 우리 모두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하니까.

이 책자는 앞으로 너희가 무녀로서 겪게 될 여러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우리가 어떻게 무녀가 되는지부터 시작해서, 변신 능력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신사 안팎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그리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같은 이야기들을 가볍게 담아봤어.

그럼, 이 책이 너희 무녀 생활에 작은 빛이 되기를 바랄게![A:1]

첫걸음

지금 이 가이드북을 읽고 있다면, 아마 너도 신님께 특별한 부름을 받았을 거야. 다른 일이 없다면 말이지. 우리처럼 평범한 인간이었던 존재가 이 신사로 이끌려 들어오는 건, 모두 그분의 뜻이니까.

우리를 정식으로 부르는 이름은 현신의 무녀야. 이 이름이 좀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 왜냐하면 세상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거든. 저 멀리 다른 신사에는 미래와 과거의 실마리를 엮는 시간의 무녀들이 존재하고,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읽고 또 소통하게 해주는 빛의 무녀라는 존재도 있어. 나도 최근에 아린을 통해 빛의 무녀가 하나의 통일된 존재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지.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빛을 아우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우리가 현신의 무녀라고 불리는 건 간단해.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물질을 조작하고, 심지어 그 물질로 우리 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야. 말 그대로 물질을 ’현신(現身)’시키는 능력을 가졌다고나 할까. 네가 원한다면 작은 나뭇잎 하나로도, 거대한 자동차로도 변신할 수 있어. 물론 그 과정에는 너의 이해도와 믿음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말이야.

이런 특별한 능력 덕분에 우리는 불로불사의 존재가 되었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심지어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지 않아도 우리는 멀쩡히 살아갈 수 있지. 가끔은 우리가 진짜 살아있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본디 인간이었잖아? 그래서 원한다면 맛있는 음식도 먹고, 포근한 침대에서 잠도 자곤 해. 그게 우리 인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모든 능력들이 그저 우리 마음대로 쓰고 즐기라고 주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야. 이 모든 건 신님께서 이 세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 우리에게 부여하신 거라는 걸 절대 잊지 마. 그게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니까.[A;2]

변신 능력

자, 이제 우리 무녀의 가장 중요한 능력, 바로 변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시간이야. 이건 정말 정확히 알아둬야 해.

우리는 신사 경계 안에서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어. 그리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도 마음대로 가능하지. 하지만 신사 경계 밖으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져. 일단 밖으로 나가면 변신하는 것도, 변신을 해제하는 것도 불가능해. 만약 외부에서 활동할 필요가 있다면, 보통은 이미 변신한 상태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이건 중요한데, 우리는 신사 경계 밖에서는 벌거숭이가 되어버려. 무슨 말이냐고? 쉽게 말해, 옷이나 장신구 같은 게 우리 몸과 함께 변신하거나 따라 나오지 않아. 그래서 보통은 후배 무녀랑 짝을 지어서 나갈 때, 한 무녀가 나가는 동안 다른 무녀가 그 사람의 옷으로 변신해서 몸을 가려주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야. 아마 너희도 처음 변신 연습을 할 때 이 옷 변신부터 가장 먼저 배우게 될 거야.

변신 후에도 우리의 오감은 동일하게 유지돼. 특히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은 옷처럼 몸을 덮는 형태로 변신했을 경우,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느꼈을 법한 방식으로 재현될 거야. 예를 들어, 네가 신발로 변신했다면 신발이 느끼는 진동이나 시야를 느끼는 식이지. 그런 게 아니라 몸 전체로 변신한다면, 그냥 몸 전체로 바깥의 경치를 느끼는 듯한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거야. 처음엔 조금 어색할 수도 있지만, 금방 익숙해질 테니 너무 걱정 마. 요즘 유행하는 일인칭 액션 게임 같은 걸 해봤다면 아마 쉽게 적응하지 않을까 싶네.

변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충실도(fidelity)야. 충실도란 우리가 변신한 물체가 얼마나 실제와 비슷하게, 그리고 본질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되었는가를 나타내는 정도를 말해. 이 충실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 첫째는 네 원래 몸집과 변신하려는 물체의 크기 차이야. 키가 큰데 아주 작은 물건으로 변신하려고 하면 충실도가 내려갈 수 있지. 둘째는 네가 변신하려는 물체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이해도), 그리고 셋째는 너의 몸 컨디션 같은 것들이야. 몸이 찌뿌둥하거나 피곤할 때 변신하려고 하면 충실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

이 중에서 단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해도라고 할 수 있어. 단순히 정적인 물체, 예를 들어 돌멩이나 지갑 같은 걸 따라 할 때는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충분한 충실도를 확보할 수 있어. 하지만 만약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복잡한 물체로 변신한다면 얘기가 달라져. 겉모습만 아는 것을 넘어, 자동차의 엔진 원리나 각 부품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는지 등을 아주 세밀하게 알고, 그 부품들을 네 몸인 것처럼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해. 그래야 바깥에 나가서도 들키지 않고 어엿한 자동차로 활동할 수 있을 거야. (궁금하면 루아를 찾아가 봐. 자동차 변신의 달인이니까!) 만약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억지로 자동차로 변신하면,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바퀴가 고정된 채로 억지로 끌려간다든지 해서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이 될 테니까 말이야. 결국, 네가 변신하려는 대상에 대해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이 알수록 훨씬 더 충실하고 완벽한 변신이 가능해져. 그러니 다들 열심히 공부하자![A:3]

변신 능력에 대해 조금 더 알려줄게. 우리가 아주 충분히 큰 물건으로 변신했을 때는 그 물건 근처에 분신을 하나 만들 수 있어. 물론 그 분신이 네가 변신한 물체보다 커질 수는 없지만, 이 분신을 만들면 주로 그 분신이 느끼는 감각을 중심으로 세상을 느끼게 될 거야. 그렇다고 해서 네가 변신한 원래 물체에서의 감각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여러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

혹시 네가 변신한 상태에서 다치면 어떻게 될까 봐 무서워하는 후배 무녀도 있을지 모르겠네. 음, 사실 정말 아플 거야. 예를 들어서 유리구슬로 변신했다가 와장창 깨지면, 그 고통은 생각보다 크지. 하지만 너무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마. 그렇게 깨진 조각들 대부분을 신사 경계 안으로 들여보내기만 하면, 너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올 수 있고, 몸에는 아무런 흔적이나 상처도 남지 않을 거야. 만약 이런 끔찍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정신을 꽉 붙잡고 네 조각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그 모든 조각들이 지금 바로 ’너 자신’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되새기는 게 중요해. 이전에 말했듯, 네가 대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충실도 높게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잖아? 이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야. 네가 스스로 깨진 상태의 네 모습을 ’하나의 완전한 너 자신’으로 인식하면, 그 상태에서 다시 온전한 너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 법한 물건으로만 변신할 수 있어. 이건 중요한 한계인데, 예를 들어 어떤 에너지도 없이 저절로 굴러가는 자동차 같은 건 현실에 존재할 수 없잖아? 그런 건 우리도 변신할 수 없어. 바꿔 말하면, 자동차로 변신했다면 지속적으로 연료가 필요하다는 뜻이지. 보통은 우리가 식사를 하는 것으로 그 연료를 대신할 수 있어. 만약 변신한 상태에서 연료가 똑 떨어지면, 아마 강제로 인간 형태로 돌아올 텐데, 그럼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테니 식사는 항상 꾸준히 해주는 게 좋아! 사실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움직이는 물건으로 변신해서 활동한 사례가 아직 그렇게 많지는 않아.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실험과 경험이 필요할 거야. 혹시 네가 활동하면서 뭔가 흥미로운 걸 찾아냈다면, 꼭 나한테 알려주길 바랄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무생물이더라도 스스로 조금씩이나마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미리 갖춰두는 게 좋다는 거야. 예를 들어서 네가 공으로 변신한다면, 공 안에 무게추 같은 걸 둬서 네가 굴러가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게 만들면 훨씬 유용하겠지. 그런 준비가 없다면, 다른 무녀들이 너를 발견하고 도와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데, 생각만 해도 정말 무섭지 않아?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전혀 없을 테니, 꼭 명심해 두도록 해.[A;4]

신사에서의 생활

신사에 들어왔다면 아마 마주쳤을 거야.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언행을 하시는 무녀님이 계실 텐데, 그분이 바로 큰 무녀님이야.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보는 큰 무녀님은 그분의 분신이고, 사실 큰 무녀님은 이 신사 건물 그 자체시기도 해. 이 신사의 첫 무녀이자 가장 오래 사신 분이니까, 혹시 네가 궁금한 게 있는데 다른 무녀들도 잘 모른다면 주저 말고 큰 무녀님께 여쭤봐. 분명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지금 네가 입고 있는 무녀복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줄게. 이 무녀복은 경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몸의 일부 같은 거야. 마치 허물을 벗듯 훌렁 벗는 게 가능하고, 벗어두면 잠시 후에 스르륵 사라지지. 다시 무녀복을 입고 싶다면, 마음속으로 강하게 원하기만 하면 어느새 다시 몸에 생겨나 있을 거야.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무녀복은 경계 바깥으로 나가면 사라지니까, 외부에 나갈 일이 있다면 미리 경계 안에서 무녀복을 벗고 인간 세상의 옷을 입도록 해.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식사나 수면이 필요 없는 몸을 가지고 있어. 늙지도 죽지도 않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시절처럼 식사나 수면을 계속 규칙적으로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아주 좋아. 무녀가 되기 전에도 그랬겠지만, 규칙적인 생활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거든. 식당과 침실은 본당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 자유롭게 이용해 봐.

우리 무녀들은 서로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빛의 무녀님 덕분이야. 네가 어디 있든지, 심지어 네 스스로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아주 긴급한 상황에서도 텔레파시는 항상 통하니까 걱정 말고 상황을 알려줘.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 너무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텔레파시를 보내면 머리가 쉬이 아파질 수 있거든. 그러니 미리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것 같은 무녀들을 알아두면, 비상시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A:5]

바깥 세상과의 관계

우리는 영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 현실 세상의 일부로도 존재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바깥 세상의 법도를 존중하는 게 아주 중요해. 우리 신사의 존립 기반을 흔들지 않는 한, 함부로 세상의 질서에 맞서 싸워서는 안 돼. 예를 들어, 이 신사 부지는 법적으로는 바깥 기준으로 충분히 젊으면서도 현명한 무녀가 대대로 양도받아 왔어.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루아가 그 역할을 맡고 있지. 언젠가 이 책을 읽는 너희 중 누군가도 그 역할을 맡게 될 날이 올지도 몰라.

너희도 이제 새 이름, 즉 무녀명을 받았을 거야. 신사 안에서는 그 무녀명을 쓰는 게 당연하지만, 밖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인간 시절의 본명을 써야 할 때가 있을 거야. 이게 좀 어색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양해 부탁해. 혹시 너무 어렵거나 곤란하다면 미리 다른 무녀들에게 이야기해 줘. 우리가 함께 방법을 찾아 줄 테니까.

우리는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들이잖아? 그러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게 아주 중요해. 특히 요즘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현대 문명의 이기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지. 그런 것들이 필요할 때는 나(명아)한테 오면 내가 변신해서 해결해 줄게. 하지만 너무 많이 쓰지는 마. 아쉽게도 내 몸은 하나밖에 없거든.

바깥 세상에 나갈 때는 우리의 비밀이 들키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해. 사실 우리 무녀들은 존재가 들킨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거야. 문제는 세상이 발칵 뒤집힌다는 데 있지. 우리의 능력이 검증 가능한 초능력이라는 게 알려지면, 종교적 신념이 송두리째 흔들려서 전쟁 같은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고, 우리의 능력을 악용하려는 위험한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어. 우리는 어디까지나 막후에서 조용히 세상의 균형을 조율하는 존재들이라는 걸 잊지 말고, 언제나 조심, 또 조심해야 해. 만에 하나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면, 가장 먼저 큰 무녀님께 텔레파시를 보내서 지혜를 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A:6]

마치며

그리고 또 뭐가 빠졌을까? 아! 신사 경계 안으로 무녀가 아닌 일반인이 들어오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해. 만약 들어오게 되면, 그들의 영혼이 신사의 영적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돼. 보통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조치한 다음 경계 바깥으로 돌려보내지만, 아픈 건 아픈 거니까 애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게 가장 좋아. 경계 바로 앞에 우편함이 설치되어 있으니, 편지 같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것도 한 방법일 거야.

우리가 맡은 일은 정말 무거워. 어쩌면 영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즐겁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잖아? 너무 조급해하거나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 세상은 계속 변하고, 새로운 일들도 끊임없이 일어나니까, 가끔씩은 그런 변화에 귀를 기울이면서 오래오래 즐겁게 무녀 생활을 해보길 바라. 그리고 혹시 알아? 너희 뒤에 또 다른 새 무녀들이 신사로 들어오면, 그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신선한 자극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야.

자, 이제 내가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네. 이 〈무녀 생활 가이드〉가 너희의 신사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라. 언제든 궁금한 점이 생기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다른 무녀들이나 나를 찾아와 물어보렴.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돕고 함께하는 존재들이니까!

그럼, 무녀로서의 삶을 마음껏 펼쳐나가기를 응원할게!

명아로부터.[A:7]